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리뷰: 여성서사와 영상미를 중심으로

by Zipm 2025. 7. 14.

마스크를 쓰고 있는 금발머리 여성이 등장하는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포스터

 

간단 줄거리와 전체적 맥락

『마스크걸』은 평범한 회사원 김모미가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억압 속에서 점차 ‘마스크걸’이라는 익명의 인터넷 방송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첫 에피소드부터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노출과 댄스를 선보이며 카메라 앞에 선다. 그 모습은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아를 보호하는 이중적 장치다. 모미의 삶은 일상의 억압과 모욕으로 가득하며, 그로 인해 그녀는 현실에서 벗어나 익명 속에서만 존재감을 확인받는다. 그녀가 복면을 쓰고 무대에 설 때만이 비로소 진짜 자신이 된다는 아이러니는 현대인의 자아 분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드라마는 단순한 ‘성적 콘텐츠’가 아니라, SNS와 외모 지상주의에 병든 현대 사회에서 익명성과 욕망이 어떻게 만나 파국으로 향하는지를 그려낸다. 이 시리즈는 ‘무엇이 사람을 마스크 속으로 숨게 만드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범죄극 이상의 사회 심리극으로 확장된다.

왜곡된 감정과 욕구를 지닌 등장인물들

『마스크걸』의 또 다른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불안정성이다. 김모미는 단지 외모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다는 본능과, 거절당하고 무시당한 경험이 겹쳐진 복잡한 인물이다. 그런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역시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지닌다. 동료 남직원 주오남은 마스크걸의 정체에 집착하며, 그 욕망은 왜곡된 연애 감정과 지배 욕구로 번져 비극을 낳는다. 주오남의 어머니 김경자는 아들의 죽음 이후 복수를 결심하며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다. 이처럼 드라마는 중심 인물뿐 아니라 조연 인물들까지도 심리적 균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들의 내면은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외로움, 인정 욕구, 자존감의 부재는 다양한 형태로 폭력과 집착으로 드러난다. 캐릭터 각각이 지닌 어두운 그림자는 이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며, 시청자는 어느 누구도 온전히 악하거나 선하지 않다는 복합적 시선에 도달하게 된다.

여성 서사와 사회의 시선

『마스크걸』은 여성의 외모와 존재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이 여성을 어떻게 해치고 통제하는지를 정면으로 다룬다. 김모미는 회사에서 외모로 무시당하고, 온라인에서는 복면 속 섹시함으로 찬사를 받는다. 이중적인 반응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점차 그녀 자신도 본래의 자아와 ‘마스크’ 속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 성적 대상화, 그리고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중적 기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더불어 세 명의 다른 배우가 김모미를 연기하며 각기 다른 시기를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외모’가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녀의 선택은 자유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회가 만든 틀 안에서의 유일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한 여성의 타락이나 복수극이 아닌, 여성을 둘러싼 구조적 불평등과 시선 폭력에 대한 날선 문제제기다.

빠른 전개와 복수의 결말

『마스크걸』은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며, 각 회차마다 인물들의 시점이 바뀌며 플롯이 교차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를 통해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며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특히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는 중심 주제가 된다. 주오남의 어머니 김경자가 등장하며, 그녀의 집착과 추적은 서늘한 공포를 안긴다. 복수의 과정은 복잡하고 치밀하며, 시청자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를 혼동하게 된다. 결국 이 드라마의 복수는 정의 실현이 아니라 또 다른 고통과 파멸을 낳는다. 누구도 온전히 승리하거나 구원받지 못하는 결말은, 이 작품이 단순한 쾌락적 복수극이 아님을 보여준다. 각각의 인물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누적된 상처와 사회적 원인이 깔려 있다. ‘복수’는 사회가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잔혹함 속에서도 씁쓸한 연민을 자아낸다.

세련된 미쟝센과 완성도

『마스크걸』은 연출, 미장센, 음악, 색감 등 스타일적 요소에서도 매우 정교하게 완성된 작품이다. 어두운 톤과 화려한 네온빛이 교차하는 화면은 김모미의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복면을 쓴 채 춤을 추는 장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 감옥에 갇힌 장면까지 모든 순간이 철저히 계산된 연출 아래 구성되어 있다. 감독 김용훈은 웹툰 원작의 극단성과 충격을 유지하면서도 드라마적인 서사 구조를 더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시점이 바뀌는 구조나 시간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편집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시청자는 각 회차가 끝날 때마다 혼란스럽고도 매혹적인 반전을 맞닥뜨리게 된다. 작품은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드라마, 페미니즘 요소까지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톤으로 유지된다. 이처럼 『마스크걸』은 스타일과 메시지를 모두 잡으며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다양성과 성숙도를 입증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