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살인자ㅇ난감’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이 우연한 살인을 저지르며 시작된다. 편의점에서 시비가 붙은 손님을 망치로 때리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그는 스스로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 장난감(손석구)이 범인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해 들어오면서, 이탕은 점차 살인을 반복한다. 살해 대상을 고를 때마다 이탕은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지만, 동시에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살인자가 된 자신을 자처하는 이 상황은 그에게 ‘난감한’ 존재로 변모시키고, 그 ‘o’ 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긴다.
이 과정에서 이탕은 자신을 돕는 해커 노빈(김요한)을 만나게 되고, 둘 사이 묘한 공조 관계가 형성된다. 노빈은 이탕이 빠져드는 살인 행위의 공범이자 유일한 조력자로 존재하며, 이탕의 내면적 갈등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반면 장난감 형사는 이 사건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여기지 않고, 프로파일러에 가깝게 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나간다. 이 두 인물 간의 집착적인 추격전은 단순한 범죄 수사극을 넘어 심리 스릴러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중반 이후에는 이탕이 자신이 타인을 죽일 자격이 있는지, 혹은 정의의 척도로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이야기는 도덕적 딜레마로 깊어진다. 마지막 회차까지 이탕은 멈추지 않고, 장난감 또한 그의 집착과 분노에 기반해 정체성을 흔들며 극한으로 치닫는다. 결국 이 드라마는 ‘살인자냐, 용의자냐’의 단순한 구분을 넘어, ‘사건과 의지’의 경계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2. 등장인물
이탕 역의 최우식은 본래 순수한 대학생이었지만, 우발적 살인을 통해 삶이 뒤바뀌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살인자’로 규정하며, 그 타이틀이 주는 무게와 공포, 도덕적 혼란에 고통받는다. 최우식은 이탕의 감정 변화—초반의 충격, 중반의 마비, 후반의 집착—를 연기하며 캐릭터의 심리 공간을 폭넓게 표현한다.
장난감 역의 손석구는 강력계 형사로, 사건에 집착하며 이탕을 추격한다. 그는 살인자를 잡는 정의의 사슬이 아닌, 자신의 내면적 정의에 휘둘리는 인물이다. 손석구는 장난감의 고집스러움, 심리적 충돌,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장난감’이라는 별명 속에 그의 인간적 면모와 냉철한 형사 본능이 공존하며, 이 중의성이 제목과 연결된다.
송촌 역의 이희준은 장난감과 이탕 사이에 위치한 조정자로, 사건의 균형추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과거와 연루된 비밀을 가진 미스터리 캐릭터로,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동기도 극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다. 노빈 역의 김요한은 해커 조력자로서 이탕의 어두운 여정에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작동하며, 그의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가 형사와 살인자의 대치 속에 숨은 긴장을 강화한다.
이들 주요 인물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복합적 욕망, 정의, 죄책감, 경계의 집합체로 자리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들의 관계는 살인 행위와 수사의 반복 속에서 점점 풀어지고 다시 엮이며, 몰입감 있는 심리 드라마를 구성한다.
3. 국내외 평가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시리즈 톱10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8부작 구성으로 빠른 호흡 속 몰입감 높은 전개와 연출은 시청자들에게 이른 정주행 유인을 제공했다.
비평가들은 “유머와 스릴을 오가는 독특한 톤의 범죄 스릴러”라는 평가를 내렸다. 해외에서는 “morality thriller like no other”라는 호평도 나왔지만, “후반부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거나 “캐릭터 심화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 반응도 양가적이다. 프랜차이즈 웹툰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원작의 감각적 연출을 잘 살렸다”는 찬사가 많고, 촘촘한 교차 편집과 안정적 연출이 극찬받았다. 반면 “일부 잔혹한 묘사는 불필요하다”는 지적과 “서사 후반의 구성 전개가 급박하다”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살인자ㅇ난감’은 시청자와 평단 모두에게 ‘잘 만든 작품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넷플릭스 한국 스릴러 장르의 새 스탠다드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4. 시사점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는 ‘살인은 나쁜가, 정의인가?’다. 이탕이 죽이는 대상은 대개 악행을 저지른 자들로, 그는 자신이 단순 살인이 아닌 응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극은 이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의 죄책감과 내면적 고통, 그리고 장난감 형사의 추격은 이 행동이 어떻게도 정의라 확신할 수 없는 회색지대임을 지속해서 상기시킨다.
장난감 형사의 최후 선택과 이탕의 또 다른 살인 암시 장면은 ‘정의의 도구가 오히려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의 심리에서 정의와 폭력은 가까이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또한, 원작에서 보여준 교차 편집과 감각적 연출은 시각적으로도 주제 의식을 강화한다. 슬로우 모션, 교차 컷, 음악의 대비는 이탕의 심리 변화를 시청자에게 ‘체감’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심리적 공명’을 일으킨다.
이처럼 ‘살인자ㅇ난감’은 ‘도덕적인 악’과 ‘무엇이 정의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작품이다. 피해자의 정의 실현과 범죄자의 죄책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는, 동시대 사회가 안고 있는 정의의 기준과 응징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5. 느낀점
이 드라마를 본 뒤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불편한 공감’이다. 이탕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고, 그의 살인은 피해자를 가려내는 정의가 아니라 내면의 응징에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장난감 또한 평범한 형사가 아닌, 집착과 권력 욕망이 섞인 인물로 그려지며, 그의 최후 행동은 정의란 이름 아래 또 다른 악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마지막 회차의 무언의 여운은 ‘정답 없는 정의’의 무게로 다가온다.
기술적으로도 교차 편집과 무심한 듯 감각적인 연출은 상당히 흡인력이 있었다. 원작의 톤을 훌륭히 재현한 것은 분명하며, 배우들의 집중력 있는 연기도 작품의 몰입을 돕는다. 하지만 일부 장면 과하게 성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살인자ㅇ난감’은 나에게 ‘정의라는 이름의 공포’에 관해 묻는 작품이었다. 명확한 해답을 내리진 않지만, 시청자는 그 질문 속에서 자기 내면의 회색지대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경험 자체로 이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