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약한영웅』은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그에 맞서 싸우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시즌1에서는 성적 우수자이자 체구가 왜소한 연시은이 학교 내 괴롭힘에 대응하며 시작된다. 그는 단순히 힘으로 맞서지 않고, 전략과 계산, 심리적 기습을 통해 상대를 제압한다. 연시은이 싸우는 방식은 감정이 아닌 치밀한 전략에 기반하며, 그만의 생존 방식이다. 교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방조하는 교사와 방관하는 친구들, 구조적으로 폭력을 용인하는 시스템까지 폭로한다.
시즌2에서는 연시은이 전학 간 은장고에서 또 다른 조직적 폭력과 마주하게 되며, 더욱 복잡하고 거대한 권력 구조와 대치하게 된다. 새로운 학교에서도 그는 싸움을 피해가려 하지만, 점차 조직의 정점에 위치한 인물들과의 충돌로 깊은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특히 ‘더 유니언’이라는 학생 집단과의 대립은 단순한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약자’ 대 ‘구조’의 싸움으로 확장된다. ‘약한영웅’은 그렇게, 약자에게도 전략이 있고,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정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2. 등장인물
연시은(박지훈 분)은 이 시리즈의 중심이자 가장 복합적인 캐릭터이다. 지적이고 침착하며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의 싸움 방식은 감정적 반응이 아닌 논리와 계획에서 비롯되며, 실제로 수학적 원리나 생활 지식을 활용해 싸움을 설계한다. 박지훈은 이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눈빛과 절제된 대사로 연시은의 이중적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안수호(최현욱 분)는 시즌1에서 연시은의 유일한 친구이자 물리적 대항력의 상징이었다. 그는 거친 외형 속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물로, 연시은과의 우정은 드라마의 중심축이 된다. 시즌2에서 그는 혼수상태에 놓이지만, 기억 속에서 여전히 연시은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
시즌2의 주요 인물 최효만(유수빈)은 은장고 내 폭력 조직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폭력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이 외에도 박후민, 서준태, 고현탁 등 새로운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권력과 생존을 위해 행동하며, 학교 내 정글 같은 위계 구조를 드러낸다. 인물들은 선악의 경계를 뚜렷이 나누지 않으며, 저마다의 상처와 목표로 움직이는 복잡한 인간 군상을 구성한다.
3. 국내외 평가
‘약한영웅’은 공개되자마자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즌1은 웰메이드 학원 액션물로서 극찬을 받았고, 박지훈의 연기는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연시은 캐릭터가 가진 냉철한 매력은 많은 팬층을 형성하게 했다. 해외에서도 Rotten Tomatoes, IMDb 등 주요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에도 빠르게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력을 다시금 증명했다.
그러나 일부 평에서는 후속 시즌의 감정선이 다소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략과 긴장이 강화되었지만, 인물 간의 내면 묘사나 감정적 몰입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조직폭력과 학교 내 권력 구조가 과장되었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영웅’은 단순히 액션만으로 승부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짚는 시도와 신선한 연출로 여전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4. 시사점
‘약한영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연시은은 처음부터 싸움을 원하지 않았지만, 생존과 정의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택한 방식은 감정적 폭발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이었고, 이는 ‘뇌로 싸우는 약자’라는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냈다.
또한 교사와 학교 측의 무책임, 조직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학생 집단은 어른들의 축소판처럼 보이며, 사회 시스템이 청소년에게까지 그대로 투영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청소년 사이의 폭력 문제를 단순히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소비하지 않고, 그 내부의 욕망과 구조, 생존의 논리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연시은의 행동은 단지 복수가 아니라, 정의 구현과 인간 존엄성 회복의 시도이며,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 바로 교실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5. 느낀점
‘약한영웅’을 시청하며 느낀 점은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넘어선 ‘긴 여운’이었다. 연시은이라는 인물은 기존 학원물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이다. 그는 물리적 약자지만, 뛰어난 두뇌와 판단력으로 구조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 과정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오히려 더욱 뜨겁게 다가온다.
시즌2에서는 연시은의 고립감과 내면적 결핍이 더욱 깊어졌고, 그로 인해 극 전체가 무겁고 밀도 높은 분위기로 전개된다. 때로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그 지점이 ‘약한영웅’만의 차별성이자 매력이라고 느꼈다. 학원물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이렇게 철학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충분히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약한 자도 강해질 수 있다는, 아니 ‘약함’ 속에서 더 강한 정의가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곱씹어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