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훈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게임 조직을 추적하겠다는 결심을 실현에 옮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전까지 생존자였던 그는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 행위자로 변모하며, 게임의 중심에 스스로 들어간다. 기훈은 과거의 고통과 죄책감을 짊어진 채 조직의 심장을 겨냥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프론트맨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며, VIP를 포함한 권력의 핵심과 직접 충돌하게 된다.
게임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잔혹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즌 3의 핵심은 더 이상 게임 자체가 아니라,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들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폭로에 있다. 시즌 1에서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시각적 충격을 주는 장면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감정과 심리를 뒤흔드는 서사 중심의 전개가 더욱 부각된다. 기훈은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들과, 복수해야 할 대상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마지막에는 게임을 끝내기 위해 치명적인 선택을 한다.
2. 등장인물
성기훈(이정재)은 시즌 3에서 더는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다. 그는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성을 유린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투사로 진화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죄의식, 복수심, 책임감이 복잡하게 얽히며 내면이 붕괴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기훈은 고통과 기억을 딛고 끝까지 전진하지만, 그 여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프론트맨 이인호(이병헌)는 이번 시즌에서 인간적 면모가 더욱 부각된다. 그의 과거와 동기, 그리고 형인 황준호에 대한 감정까지 밝혀지며, 단순한 악역이 아닌 비극적 인물로 재해석된다. 그는 조직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그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인물로 등장해 흥미로운 서사축을 이룬다.
새롭게 등장하는 참가자들 중에서도 임시완이 연기한 ‘지운’은 중요한 인물이다. 외적으로는 부드럽고 침착하지만, 내면에는 극단적 이기심과 생존 본능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기존 참가자들과는 다른 차원의 냉철함을 보여주며, 시즌 3의 도덕적 모호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또한 황준호(위하준)의 재등장은 이야기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3. 국내외 평가
시즌 3는 공개 이후 단 3일 만에 6000만 명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대 오리지널 시리즈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남미 등지에서도 상위 랭크를 기록하며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시즌 1의 신드롬에 비하면 충격도는 다소 낮았지만, 이야기의 밀도와 주제의 깊이는 훨씬 더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Rotten Tomatoes에서는 비평가 평점 78%, 관객 평점 85%로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Metacritic에서는 66점을 기록하며 "대체로 호평"을 얻었다. 다만 일부 해외 매체에서는 "과도한 상징성"과 "설정의 반복"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완결성 있는 마무리”, “캐릭터 심리 묘사의 진화”, “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냉철한 고발” 등의 평가와 함께, 비판보다는 찬사가 주를 이뤘다.
4. 시사점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더 이상 게임의 규칙을 따라가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자본주의 세계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극 중 게임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고 감시하는 구조를 상징한다. VIP들의 존재, 프론트맨의 양가적 태도, 그리고 기훈의 절망적인 선택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도덕적 모순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시즌 3에서는 특히 ‘게임을 주최하는 자들조차 시스템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암시를 던지며, 착취 구조의 위계가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묘사한다. 이는 기존 시즌보다 훨씬 복잡한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 시리즈는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드라마다.
5. 느낀점
시즌 3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기훈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간다. 그는 게임을 끝냈는가? 아니면 또 다른 게임을 시작했는가? 이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가 도달한 곳은 평화도, 승리도 아닌 ‘불완전한 종말’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하게도 안도감과 동시에 거대한 불편함을 느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어쩌면 그러한 모순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완벽한 드라마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이야기가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서바이벌 스릴러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 사회의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시리즈가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