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돌과의 동거?!
『이두나!』는 스타와 일반인이 동거하는 설정이라는 흥미로운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 드림스윗의 센터 이두나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연예계를 은퇴하고, 서울 외곽의 한 하숙집에 입주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살게 된 대학생 이원준은 예고 없이 등장한 두나에게 당혹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점차 그녀의 존재에 이끌린다. 드라마는 이들의 첫 만남을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 같은’ 흐름으로 그리며 청춘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서사에 독특한 색을 입힌다. 이두나는 낯선 공간에 도착하면서도 마치 도망쳐 온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위의 그녀는 없고, 대신 방 안에 틀어박혀 담배를 피우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불안정한 인물만 남아 있다. 시청자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스타의 이면에 궁금증을 품게 되고, 그녀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며 몰입도는 점점 커진다. 일상이라는 배경 속에 불쑥 끼어든 스타의 비일상은 극의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설렘을 만들어낸다.
2. 이두나와 이원준
이두나와 원준은 외적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인물이지만, 그 내면에는 놀랍도록 닮은 상처가 있다. 이두나는 연예계 생활 속에서 겪은 정신적 소진과 통제받는 삶에 지쳐 있었고, 원준은 가족의 기대와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워가고 있다. 특히 원준은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고 감정을 숨기는 성향이 강한데, 두나 역시 사람을 믿지 않고 본능적으로 관계를 피하려 한다. 이처럼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상처를 공유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드라마는 연애를 중심에 두지 않고, '감정의 교류' 자체를 핵심으로 삼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의 공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위로이자 성장이다. 이두나는 원준과 함께하며 점차 예전의 자신을 되찾고자 하고, 원준 역시 두나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들의 관계는 청춘이 경험하는 감정의 불안정함과 연결되며 시청자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3. 아이돌세계의 현실적인 어두운 면
『이두나!』는 연예계의 빛과 그림자를 날카롭게 조망한다. 두나는 단순히 은퇴한 스타가 아니라, 시스템의 피해자다. 소속사 대표는 그녀를 상품처럼 다루고, 매니저는 감정을 통제하며 그녀를 ‘일정 관리 대상’으로만 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두나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잃어간다. 드라마는 그녀가 경험한 번아웃, 연예인의 일상에 잠재된 감정 착취, 대중과 팬들의 이중적 시선까지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묘사한다. 또한 두나는 연애 금지, 외부 인간관계 제한 등 인간적인 삶을 철저히 통제받은 채 살아온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가 하숙집에 머무는 동안 일상적인 행동들—스스로 밥을 해 먹고, 동네를 산책하고, 누군가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녀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비인간적인 측면과 ‘무대 밖’의 삶이 얼마나 결핍되어 있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4. 로맨틱하기만 하지는 않은 현실적인 로맨스
이두나와 원준의 관계는 일반적인 로맨틱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판타지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처음엔 상반된 두 인물이 부딪히며 갈등을 빚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단순히 설렘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드라마는 현실적인 갈등, 각자의 자리에서 떠안아야 할 책임, 사회적 간극 등을 담아내며 로맨스의 현실성을 강조한다. 특히 두나가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선택의 순간들은 시청자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현실을 버릴 수 없고, 원준 역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들의 사랑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충실했지만, 끝내 현실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조차도 애틋하고 의미 있게 그려지며,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면적인지를 보여준다. 드라마는 사랑의 낭만성과 동시에 그 끝에 놓인 현실적 벽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5. 캐스팅 비하인드
『이두나!』의 제작 초반, 수지의 캐스팅은 큰 화제를 모았다. 실제 아이돌 출신인 그녀가 아이돌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몰입감을 제공하며, 캐릭터와 현실이 맞물려 강한 시너지를 냈다. 수지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두나의 감정선을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이는 시청자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양세종은 긴 공백 이후 복귀작으로 『이두나!』를 선택했는데,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다른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두 배우는 캐스팅 단계부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고, 현장에서도 자연스러운 호흡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제작진은 이두나 캐릭터를 위해 처음부터 수지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구상했으며, 그녀의 실제 아이돌 경험이 극 중 디테일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캐스팅 비하인드는 드라마의 진정성과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