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고등학생 오지수는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모범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사회의 음지에서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부모의 방임, 경제적 궁핍, 장래에 대한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며 그는 어린 나이에 범죄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철저하게 계획된 보안 시스템과 조폭 출신의 보호자 ‘이상만’을 통해 위험을 통제하며 살아가던 중, 반 친구인 ‘배규리’가 그의 정체를 눈치채게 된다. 배규리는 재벌가의 딸이지만 가정에서 심리적 폭력에 시달리며 내면에 강한 결핍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지수의 사업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끼어들며, 이들의 관계는 점점 복잡해진다. 한편 지수가 관리하던 성매매 여성 중 고등학생 ‘서민희’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게 되고, 그녀의 남자친구 ‘기태’는 점차 지수에게 적대감을 품는다. 그간 철저히 통제되던 사업은 민희와 기태의 돌발 행동, 규리의 개입, 상만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등으로 인해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결국 거대한 파국이 몰려오며, 지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생존과 윤리, 책임과 회피 사이에서, 한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무게가 서서히 그의 삶을 짓누른다.
등장인물
오지수 (김동희):
성실하고 조용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불법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하며 돈을 버는 이중생활을 한다. 그는 범죄가 도덕적으로 잘못된 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자신을 정당화한다. 죄책감과 불안 속에서도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며 치밀하게 움직이는 복잡한 인물이다.
배규리 (박주현):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냉소적이고 공허한 내면을 지닌 재벌가의 딸이다. 가족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살아가며, 지수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그의 사업에 흥미를 갖고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통제욕이 강하고 파괴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서민희 (정다빈):
가정 형편이 어렵고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성매매에 가담하게 된 고등학생이다.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상황과 환경이 만든 비극의 피해자이기도 하며, 점차 삶의 통제력을 잃어간다. 그녀의 불안정한 행동이 지수의 사업에 위기를 불러온다.
곽기태 (남윤수):
민희의 남자친구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민희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 점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감정에 휘둘리며 행동하는 그의 성격은 사건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이상만 (최민수):
지수의 범죄 사업을 뒤에서 관리하며 보호자 역할을 맡는 조폭 출신 인물이다. 말이 적고 무표정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냉정하게 행동하며 필요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차 그의 통제력에도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작품의 성과와 반응
‘인간수업’은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단순히 청소년 범죄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사회 구조적 모순을 섬세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청소년’이라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 오히려 범죄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어른들의 방임과 무관심, 교육 제도의 한계 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발한다. 연출과 각본은 현실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흥미를 끄는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극찬을 받았다. 특히 김동희는 복잡한 심리 상태를 오가는 오지수 역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박주현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배규리의 이중성과 불안정함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드라마는 다양한 매체에서 수상 후보로 거론되었고, 해외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넷플릭스가 보여줄 수 있는 한국 청소년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0대판 브레이킹 배드'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시킨 보기 드문 작품이다.
주제의식과 사회적 메시지
‘인간수업’은 제목에서부터 분명한 의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수업을 통해 인간다움을 배워가는가? 이 작품은 그 물음을 고등학생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잔혹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오지수는 단순히 비행 청소년이 아니라, 구조적 방임 속에서 생존을 택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그가 나쁜 선택을 한 이유를 정당화하지 않지만, 그 배경에 깔린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규리 역시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감정적으로 단절된 가정에서의 결핍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민희와 기태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조차 파괴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등장인물 모두는 현실 속 어른들의 무관심, 시스템의 한계, 교육의 부재로 인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해간다. 작품은 청소년 범죄를 사회적 문제로 단순 규정하지 않고, 복잡한 인간 군상과 그들이 처한 구조 속 현실을 고발한다. 또한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윤리적 판단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단순히 구분할 수 없는, 회색 지대에 놓인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취약한지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결국 ‘인간수업’은 그저 자극적인 청소년 범죄물이 아닌,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진실을 드러내는 강렬한 사회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