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소개
『지옥』은 한 남자가 "당신은 며칠 뒤 지옥에 갑니다"라는 초자연적 선고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 말을 전달한 존재는 ‘천사’라 불리는 형체 없는 존재이고, 예고된 시간이 되면 검은 괴수들이 나타나 인간을 무자비하게 불태워 죽이는 ‘시현’이 벌어진다. 이 놀라운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목격되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도덕적 혼란에 빠진다. 이 현상이 정말 신의 뜻인지, 아니면 미지의 자연재해인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새진리회’라는 신흥 종교가 이 시현을 신의 심판으로 해석하고 대중을 장악한다. 죄인은 심판받아 마땅하다는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하며, 혼란스러운 대중은 점점 그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드라마는 이 사회적 공포와 종교적 광신의 확산이 얼마나 빠르고 치명적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SNS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루머, ‘화살촉’이라는 광신도의 폭력성은 현실을 거울처럼 반영하며,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강력한 사회 풍자극으로 작용한다.
등장인물 간단소개
이 작품의 중심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마주하려는 인물들이 있다. 먼저 ‘정진수’는 새진리회의 창립자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선동가로, 시현을 신의 심판으로 규정한다. 그는 절대적 진리를 전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에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비밀이 있다. ‘배영재’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방송국 PD로, 아이에게 시현 선고가 내려진 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그의 아내 ‘송소현’은 감정적 폭발과 절망을 통해 인간적인 고통을 대변한다. ‘민혜진’은 새진리회와 결별한 변호사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위선적인 권력과 대항한다. 이들의 여정은 진실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각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며, 지옥이라는 설정이 단지 공포만을 위한 장치가 아님을 드러낸다. 특히 이 인물들은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각각의 인물은 선과 악의 경계에서 고뇌하고, 그 고뇌는 드라마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든다.
국내외의 관심
『지옥』은 2021년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전 세계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부산행>으로 좀비 장르를 재해석한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는 신과 죄의 개념을 중심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창조해냈다.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종교 열광, 미디어 조작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었고,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유아인의 강렬한 카리스마, 김현주의 절제된 분노, 박정민과 원진아의 감정 연기는 큰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배우들의 호연은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으며, 시청자는 단지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국내 시청자들은 한국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점에 주목했고, 해외에서는 종교적 절대주의와 권력의 위험성을 다룬 점에 주목하며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지옥』은 단순한 공포물이나 초자연 현상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 종교, 정치가 맞물려 있는 고차원적 장르물로 자리매김했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지옥』은 단순히 ‘죽음의 예고’와 ‘심판’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속에서 광신과 편견, 도덕적 위선이 어떻게 타인을 파괴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새진리회는 시현을 신의 심판이라 주장하며 죄 없는 이들도 낙인찍는다. 그 결과, 사회는 점차 이성적 판단을 잃고 폭력과 편견이 일상화된다. '화살촉'이라는 집단은 폭력적 정의감을 기반으로 시현자나 그 가족을 공격하며, 대중은 그 장면을 생중계로 소비한다. 드라마는 그 어떤 초자연적 존재보다도 인간 내부의 공포와 무지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심판은 신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내는 ‘지옥’일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특히 아이에게도 시현이 내려졌다는 설정은 이 체계의 모순을 극대화하며, 진정한 죄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인간이 신을 빙자해 타인을 배척하고 배제할 때, 그 사회 전체가 어떻게 지옥이 되어가는지를 차갑고 냉정하게 묘사한다. 공포는 괴물이 아닌, 바로 우리 안에 있음을 말한다.
원작웹툰과의 관계
『지옥』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공동 작업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은 인물들의 내면보다는 시현의 충격과 그 파장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전개되지만, 드라마는 그 서사를 확장해 인물 중심의 감정선과 사회적 맥락을 풍부하게 채워 넣는다. 특히 정진수의 과거와 민혜진의 성장 과정, 배영재 부부의 고통 등은 원작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입체적인 서사로 구성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드라마는 영상미와 연출력 면에서 웹툰의 정서를 훌륭하게 계승하면서도, 더 강렬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자극한다. 괴수의 등장은 짧지만 강렬하며, CG의 품질도 세계적 수준이다.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는 시즌제로 기획되어 후속 이야기를 준비 중이며, 시즌 2에서는 새로운 인물들과 갈등 구조, 심화된 철학적 주제를 예고하고 있다. 단순한 실사화에 그치지 않고, 원작의 메시지를 보다 확장하고 진화시킨 콘텐츠로서 『지옥』은 성공적인 ‘원작 그 이상’의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