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하이라키’는 대한민국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고 ‘주신고’를 배경으로 한다. 이 학교는 엘리트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체계적으로 장학생과 부잣집 학생 간 계급 구분이 존재한다. 어느 날 학내 장학생이 의문의 차량 사고로 사망하고, 학교 측은 이를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은폐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립고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장학생인 강하는 의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주신고에 전학 오며, 그는 죽은 형이 바로 이 학교의 전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를 다짐한다.
강하는 화려하고 냉담한 상류층 학생들 사이에서 점차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며, 학교의 권력 구조와 은폐된 진실에 접근한다. 상대적 약자인 장학생과 절대적 권력자인 부자들의 충돌은 교내 따돌림과 심리적 폭력으로 표출되고, 외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학교의 이중적 외피가 서서히 벗겨진다. 중반부에는 장학생 강하와 재벌 상속녀 정재이, 재이의 친구 윤헤라, 재이의 전 남친 김리안 등 계급이 다른 여러 핵심 인물들이 얽히며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전개한다. 이들의 관계와 갈등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청소년 세대의 인생관과 계급 의식을 조명하는 역할로 확장된다. 마지막엔 사건의 핵심인물인 교사 지수가 장학생의 죽음을 은폐하려는 진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권력 있는 부모들의 비호로 인해 책임을 회피하고, 학교는 기존 체계를 유지한다. 학교에 남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장학생과 재벌 학생들은 표면적인 화해를 맞으며 이야기가 끝난다.
2. 등장인물
강하(이채민)는 장학생으로, 반 외부 출신임에도 주신고에 파고들며 진실을 향한 집요함과 투지를 보여준다. 그는 밝고 친절한 성향이지만, 내면엔 복수심과 상처가 공존한다. 이채민은 속내를 숨긴 채 표정으로 감추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재이(노정의)는 재벌 상속녀이자 학교 내 높은 위상 속에 있지만, 차갑고 계산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강하와 가까워지면서 인간적인 고민과 감정의 균열이 드러난다. 노정의 배우는 정재이의 냉정함과 인간미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드러냈다.
김리안(김재원)은 재벌인 동시에 학교 내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예민하고 은연중에 폭력을 행사하는데, 재이와 약혼관계였던 과거가 드러나며 복잡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김재원의 카리스마와 동정심 부족한 면모는 전형적인 상류층 자녀의 모습을 상징한다. 윤헤라(지혜원)과 이우진(이원정)은 감정의 중간자로, 감정 서사가 깊진 않지만 각각 계급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교사 지수는 은폐와 타협의 상징으로, 사적인 욕망을 숨기며 일련의 사건을 조작하는 모습은 학교 시스템 전체가 부패했음을 은유한다. 이렇듯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역할과 상처, 선택 간 갈등을 체현하며 서사를 이끈다.
3. 국내외 평가
공개 직후 ‘하이라키’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초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평가는 극명하게 양분된다. IMDb 기준 예측 가능한 서사와 신선도 부족함이 지적된다. 해외 리뷰어들은 흔한 ‘엘리트 학교 장르’를 답습했다며 “후속작 없는 수작은 아니다”라거나 “초반엔 몰입되지만 후반부는 늘어지고 진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Reddit 사용자들도 대체로 실망감을 표현하며 ‘캐릭터에 매력이 없다’, ‘화려한 배경 대비 내용의 빈약함’ 등을 지적했다.
반면 국내 블로그나 커뮤니티에서는 “실생활 계급 구조와 학교 현실에 대한 고찰 시도는 의미 있다”, “신인 배우들의 연기력이 준수하다”는 긍정적 평도 있다. 결국 작품은 ‘비주얼과 설정은 충실했지만, 서사·캐릭터 측면에서 깊이와 완성도는 아쉬움이 큰 드라마’라는 중론을 얻게 되었다.
4. 시사점
‘하이라키’는 상류층 특권과 계급 구조를 청소년 세대에 투영하며, 교육 현장의 불평등, 권력 은폐, 학교의 집단적 무관심이라는 현실을 고발한다. 우선 장학생과 재벌 학생의 갈등은 ‘교육 격차의 확대’와 ‘사회 진입 장벽’의 은유다. 주신고 내부에서 벌어진 따돌림, 폭력, 은폐는 극단화된 형태지만, 현실 속 학교도 계급 간 심리적 폭력은 공통적으로 경험된다.
또한 교사와 학교 측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장면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층의 공조’를 상징한다. 이때 장학생은 소수자, 재벌은 기득권, 그리고 학교는 권력층이라는 삼각 구조가 드러난다. 작품은 마지막에 교사 지수를 처벌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변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신고는 여전히 운영되고, 상류층은 무사하다. 이는 드라마가 ‘구조적 불평등은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 느낀점
‘하이라키’를 보고 난 후, 가장 강하게 들었던 감정은 공허함과 불편함이었다. 화려한 교복과 세트, 부유한 교실 풍경은 시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그 안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너무 뻔하고, 인물들의 내면은 깊이 없이 표면적이었다.
특히 강하가 복수를 위해 학교에 들어왔음에도, 복수에 대한 감정이 일관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느껴졌다. 정재이, 김리안, 윤헤라 등의 관계도 깊이 있는 서사 없이 감정적 연결에서만 머물렀다. 이러한 점들이 클리셰를 넘어 ‘감정적으로 도달하지 못한 이야기’로 다가왔지만, 동시에 직장·학교라는 사회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권력 구조와 균열을 은유적으로 다룬 시도는 분명 의미 있었다. 작품을 보는 내내 현실에서 벌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과 ‘체계적 무책임’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시도했던 주제인 계급과 권력, 교육 시스템의 불평등, 은폐 체계가 좀 더 깊이 있게 다뤄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하이라키’는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