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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시청자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드라마 제작에 미치는 영향

by Zipm 2025. 9. 7.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같은 OTT 플랫폼은 단순 배급 채널이 아니다. 시청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드라마 제작과 소비 방식을 재편한다.

과거 드라마 제작은 작가의 창작력과 방송사의 편성 전략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OTT 시대가 열리면서 드라마 제작의 패러다임은 달라졌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시청자의 취향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콘텐츠 기획부터 홍보, 배급까지 전 과정에 활용한다. 이는 드라마의 주제, 장르, 에피소드 길이, 심지어 OST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OTT 플랫폼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드라마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시청자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

OTT 플랫폼은 시청자의 행동 데이터를 방대한 규모로 수집한다. 어떤 드라마를 클릭했는지, 몇 분을 시청했는지, 중도 포기한 시점은 언제인지,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 모두 기록된다. 이는 단순히 인기 작품을 파악하는 차원을 넘어, 개별 시청자의 취향 지도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로맨스 드라마를 자주 보되 판타지 요소가 섞인 작품을 오래 시청한다면, 플랫폼은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신작을 제작할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처럼 데이터는 ‘수요 예측 시스템’으로 기능하며, 제작의 초기 단계부터 영향을 준다.

추천 알고리즘과 콘텐츠 소비 패턴

OTT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추천 알고리즘이다. 시청자는 더 이상 채널을 돌려가며 작품을 찾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개인화된 추천 화면을 제공하며, 이는 전체 시청의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도구가 아니다. 시청자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가 결국 다음 작품의 흥행 가능성을 좌우한다. 즉, 알고리즘은 콘텐츠 생태계의 입구 관문 역할을 하며, 동시에 플랫폼은 시청자의 반응 데이터를 다시 학습시켜 알고리즘을 정교화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데이터 기반 제작 전략

전통 방송사는 대체로 작가와 PD의 경험, 시청률 추세에 의존해 기획했다. 반면 OTT는 데이터에 기반한 제작을 선호한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 당시 “정치 드라마+데이비드 핀처+케빈 스페이시”라는 조합이 시청자에게 먹힐 것이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초대형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데이터가 실제 기획과 캐스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대표 사례다.

한국 드라마도 이런 흐름에 맞춰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오징어 게임은 장르적 참신함 덕분에 기획된 사례지만, 이후 넷플릭스는 비슷한 서바이벌·스릴러 장르를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이는 시청자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장르와 포맷의 변화

OTT 데이터 분석은 장르와 포맷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 드라마는 16부작, 20부작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OTT는 6~10부작 시즌제, 혹은 미니 시리즈 형식이 늘고 있다. 이는 시청자가 긴 호흡보다는 짧고 강렬한 서사를 선호한다는 데이터에 기반한다.

또한 특정 장르가 지역별로 다르게 소비되는 패턴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는 로맨스 장르가 여전히 강세지만, 서구권에서는 범죄·스릴러가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이 데이터는 제작 단계에서 어떤 시장을 타깃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

데이터 의존의 위험과 한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전부는 아니다. 데이터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창의성이 제한될 수 있다. 시청자가 이미 좋아하는 장르만 반복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줄어드는 ‘콘텐츠 획일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알고리즘은 편향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특정 장르를 많이 본 사람에게 같은 장르만 계속 추천되면, 시청 경험은 다양성이 사라지고, 제작 역시 반복 패턴에 갇힐 수 있다. 결국 데이터와 창작의 균형이 중요하다.

한국 드라마 산업에 미친 영향

한국 드라마는 OTT 덕분에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지만, 동시에 데이터 기반 제작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한국 제작사는 OTT가 제시하는 ‘글로벌 시청 데이터’를 참고해 장르와 서사를 기획한다. 그 결과, 한국에서 흔치 않던 좀비·SF·범죄 스릴러 장르가 다수 등장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데이터 논리에 맞춰 제작되면, 한국 드라마 특유의 정서적 디테일과 창의적 실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데이터는 참고 자료일 뿐, 최종 결정은 창작자의 철학과 균형을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앞으로 OTT 시대의 드라마 제작은 데이터와 창작의 조화를 찾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빅데이터와 AI 분석은 여전히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되겠지만, 결국 드라마의 가치는 인간적 서사와 감정에 있다. 창의성과 데이터의 균형이 새로운 명작을 탄생시킬 열쇠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 드라마는 ‘데이터 기반 기획’과 ‘고유한 정서적 감수성’을 동시에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OTT 시대에도 한국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